[하루의 흔적] 

 

2017.12.25. 크리스마스 폴윤 일상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에는 서울 한남대로 남쪽에 있는 '더 리버사이드 호텔'의 결혼식에 들렸다. 이브에 결혼을 한다니, 모든 사람들이 이 부부의 결혼기념일을 잊지는 않을 것 같다. 요즘은 일년 내내 결혼식이다. 한 달에 6번까지도 청첩장이 날아오니 주말에는 언제나 결혼식을 가는 것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10월 이후에는 끝날 줄 알았던 결혼식이 11월... 12월에도 이어지고, 2018년 1월에 열리는 결혼식도 벌써 2개이다.  결혼식을 자주 가다보니 식장의 뷔페 감정사가 된 것 같다. 주변 예식장의 맛과 분위기를 비교하게 되고, 요긴 이래 저긴 저래하는 나를 보니, 한해 동안 결혼식에 많이 가기는 한 것 같다. 신사동에서 있었던 결혼식이라 가로수길을 잠시 걷다가 요즘 인스타그램에 자주 보이던 카페 겟썸커피에서 커피를 한 잔 마셨는데 맛이 괜찮았다. 입에 맞는 커피를 마신 것 하나로도 하루는 충분히 감사하다.

 

▲ 라운지 카페에 있었던 통나무케이크 (부쉬 드 노엘)

 

크리스마스 케이크인 통나무케이크를 보니 크리스마스이긴 한데, 도심을 걸어도 전체적으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별로 나지는 않는다. TV에서는 크리스마스 특집영화 단골 손님인 '나홀로집에'가 나오고 간간히 보이는 트리만이 성탄절을 알려준다.

 

부쉬 드 노엘 [Buche de Noel] 이란?

 

크리스마스를 프랑스에서 Noel(노엘)이라 하는데 라틴어의 탄생일(Natalis)에서 유래되었다. 프랑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나무토막 케이크를 먹는데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전년에 때다 남은 땔감을 모두 태워 신년의 액 댐을 한다는 설과 가난한 애인이 나무 땔감을 선물로 주면서 난로의 따스한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 나무토막 케이크(Buche de Noel)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굽는 장작으로 번역되는 이 전통적인 프랑스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장작을 닮은 모양으로 만들어진다. 이것은 모카와 초콜릿, 버터크림을 펴바른 genoise sheet로 만들어지고 통나무 모양으로 굴린 후 버터크림으로 덮는다. 표면은 통나무의 나무껍질 모양으로 만들고 피스타치오 땅콩으로 만든 이끼와 버섯머랭으로 장식된다.

 


 

 

▲ 오늘의 브런치

 

아침 해가 밝았지만 눈이 좀처럼 떠지지 않는다.

2017년 크리스마스는 3일간의 연휴 중 마지막 날이었는데, 연휴 전 2일 동안 휴가를 내어 벌써 5일째 쉬다보니, 아침 잠이 늘었다. 느즈막이 일어나 좋은 말로 부런치고 흔히 쓰는 아점을 먹었다. 프랜치토스트에, 새우를 버터 치즈 등에 구운 것, 구운 고구마에 꿀 버터 바르고 허브 뿌려 과테말라 커피와 간단히 먹었는데...

 

▲ 프렌치토스트

   (식빵에 계란 입혀, 설탕 살짝 ^^)

 

▲ 버터,꿀 바른 고구마

    (군고구마에 버터, 꿀 바르고, 오븐에 살짝 넣었다가 파슬리 살짝~ ^^)

 

프렌치토스트나 고구마는 쉽게 만들어 좋았는데, 새우를 손질하는게 은근 귀찮았다. 전에 사와 냉동시켰던 것이라, 해동하고 비린내 없애고, 내장빼고, 다리 자르고...ㅠ.ㅠ 다음에는 그냥 손질된 블랙타이거 새우나 칵테일 새우나 먹어야겠다.

 

▲ 치즈 버터 새우

   (다진 파프리카 양마랑 버터랑 섞어 새우 배 갈라 넣은 다음에 모짜렐라 치즈 올리고, 오븐에 15분 정도?)

 

 

새우가 생긴 것은 그럴싸~해보이는데, 아첨 중에는 고구마가 젤 맛있었다는 .. ^^;;

 


 

▲ 카페 아비시니아 (Abyssinia Coffee Rosaters)

 

연휴의 마지막 날은 느긋하게 보내고 싶어 외곽에 있는 카페를 찾았다. '아비시니아'라고 하는 카페인데 시내 쪽에 있던 본점이 장사가 잘 되더니 외곽에도 카페를 하나 더 낸 곳이다. 외곽에 있어서 조용할 것 같아 오후의 시간을 보내려 들렸다. 카페에는 요즘 핫한 메뉴인 플랫화이트와 아인슈페너를 주문하였다. 

 

▲ 플랫화이트 (Flat white)

 

라떼보다 약간 진하고, 카푸치노보다 부드럽지만 무게감이 있는 플랫화이트, 이것의 농도는 누가 처음 만드건지, 참 마음에 드는 커피이다. 아메리카노, 라떼, 카푸치노, 마끼야또, 모카 등 만이 메뉴에 있던 카페에 요즘 실력이 좀 있다는 카페에서는 메뉴에 꼭 넣는 것이 플랫화이트... 나좀 실력 있어!!를 뽐내고 싶은 것일까...

 

▲ 아인슈페너(Einspanner)

 

아인슈페너는 요즘 왜이리 인기인지... 새로 생긴 카페나 이름 있는 곳들은 저마다 아인슈페너를 넣은 것 같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카페라는 곳에서 마신 커피가 '비엔나 커피'라서 그런지 애정이 있는 커피인데, 요즘 들어 메뉴에 많이 들어가 있다. 그런데 급하게 메뉴에 넣어서 인지 전에 삼청동에 있는 정진원 카페에서 마신 아인슈페너는 왜이리 맛이 없었던지, 그 뒤로는 잘 안마셨는데, 오랜만에 아인슈페너를 마셨다. 이곳의 아인슈페너는 그래도 괜찮네~^^

 

 

책을 안 읽은지 오래되서 요즘은 틈틈이 책을 읽어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읽어서 잘 안 읽어 질 것 같아서 술술 읽어지는 판타지? ㅋㅋ 소설부터 읽었는데, 이번 주에는 역사책이 재미있어서,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을 읽고, 지금은 세계사 책을 보고 있다. 책은 읽은면 괜히 뿌듯해...

 


 

 

▲ 식당 토담

 

카페에서 나와 이른 시간에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들렸다. 속이 요즘 더부룩해서 시원한 김치찌개를 먹고 싶어 토담이란 식당에 갔는데, 김치찌개는 점심에만 하는 것이었네 ㅠ.ㅠ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 김치찌개 해먹었다는...

 


 

▲ 트와닝스 홍차 [Twinings Earl Grey]

 

연휴가 끝나고 다음 날은 출근 하는 날... 늦은 밤에는 커피를 마시면 잠에 못드는 1인으로 그나마 카페인이 덜있는 홍차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얼마전에 사온 트와닝스 얼그레이 티를 살짝 우린다는게 진해졌네 ^^;;

 


▲ 프롬모온

 

또 한 주 잘 버텨야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그대로 살아나가라." 

 

- 독일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

 

 

Christmas Day

현재와 과거를 나누는 계단


▲ 서울 한남동 골목길


황금빛 조명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진열장의 심플하고 모던한 명품 상점 사잇길로 위태로워 보이는 가파른 회색빛 계단이 지난다.

그리고 그 뒤로 낡은 건물에 오래된 간판을 달은 슈퍼도 아닌 작은 수퍼 하나가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여 세계 속의 선구자로서 발을 딛기 시작하려 하는 미래적인 화려함과 빠른 변화 속에 아직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적인 부분들이 반영되어 비추는 듯한 풍경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계단을 내리며 과거를 추억하고, 계단을 오르며 미래의 환상에 빠져 버릴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환율과 증권의 치수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감성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과연 나에 마음의 지금은 이 계단의 아래 즈음 인지... 위 즈음 인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의 시선이 위치하는 곳에서 잠시 내려가 머물고 싶은 추억을 그려본다.


回忆

 

해가 떠서 그냥 존재하지


 서대문형무소 옆 밴치

 

삶은 주어진 것.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존재한다는 것...

단지 그것이다. 이유는 없다.

 

힘들다.

누구도 힘들다.

누구도 아파한다.

 

존재한다는 것...

왜 그런건지, 이유는 없다.

 

텅빈 벤치에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려 본들...

그늘은 태양이 존재함으로 주어진 것.

 

빛을 막고 막아도 사이로 비치는 빛은...

해가 뜨는 한 존재한다.

 

그냥 해가 뜨니... 있는 것이다.

没有 理由

 Just living

 

 

것의 소중함


▲ 작은 마을의 작은 공원에 물들었던 단풍

 

단풍을 보면 언제나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만주족으로 중국의 길림성 길림시에서 태어났다. 길림시는 길림성에 있는 도시 중에 장춘시와 함께 큰 도시로 대표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며 과거에 고대 국가로서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등이 등장하며 배웠을 나라 중에 부여가 위치하고 있던 곳이다. 그리고 외국의 강 이름 중에서 자주 듣던 송화강이 바로 서울에 한강이 흐르듯, 길림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곳이다. 아련히 떠오르는 옛 부여를 기억하며 그 위치가 상당히 북쪽에 있고, 추운 곳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추운 곳에서 살아가던 친구가 한국의 가을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 가을이란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곳은 가을이 너무 짧고, 추운 장소이기에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다고 한다. 한국의 가을에는 붉고 노랗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마치 거대한 그림처럼 보여, 가을의 하루 하루는 언제나 그림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고, 길가에 떨어진 진한 색의 잎은 언제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어딘가를 갈 때에도 일부러 단풍이 들은 길로 다녀 멀리 걸어가곤 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언제나 찾아오는 가을을 너무 무심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시간이 되면 찾아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계절의 상징인 꽃, 비, 단풍, 눈.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지구상에서 많은 수이기는 하겠지만, 몇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는 것을 느껴본다. 이런 사계절을 모두 볼 수 있는 북반구의 일부 나라 중에 한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로서 이미 삶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되어 버린다.

 


흔한 꽃이 주변에 보이나요? 자주 비가 내리나요? 널려있는 단풍을 바라보나요? 귀찮은 눈을 밟아보나요?

 

잠시 잊었던 소중한 존재의 가치에 감동을 느껴보세요.

 

또 다른 하루의 시선이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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