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 테두리 -

                 

              - Paul Yoon


시야를 가리는 어스프레한 어둠이 무서운가 

잔잔히 흐르는 가벼운 빗방울이 무서운가 

사물의 공간을 헤치며 뛰어가는 사람들 


나 또한 한 발자국만 뛸수만 있다면 

그러면 울지 않아도 

그러면 낮이 비웃지도 


밤의 빛을 거스르기 위한 가로등은 

단지 앞을 막는 방해물일 뿐

한낮의 빛의 세상은 누구를 위한 밝음인가


낮의 비웃음 보다

어둠, 그리고 밤 친구가 되어주렴


두려울 때 무서울 때 

달리고 싶다 

앞을 볼 수 있다면



1996年 6月, 비오던 날


밤에 어두운 길을 걷고 있었다. 비가 부슬 부슬 내려, 작은 우산을 고쳐 잡고 길을 걷는다.

주변은 을씨년스럽게 차가워 마치 혼자 동떨어진 세상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멀리에는 우산이 없는 사람들이 비를 피하려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다.

길을 걷다보니 보도를 가로 막는 가로등이 달려있는 전봇대가 갈 길을 계속 막는다. 

비가 내려 불편한 걸음은 더욱 불편해졌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산을 잡고 전봇대를 피할 수 있는 내가...

우산이 없으면 비를 피하려 뛰어갈 수 있는 내가...

얼마나 감사한 것인가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상황에서 뛸 수 있을까...

낮과 밤이 달라지지 않는 시간을 보내는 사람에게 나는 얼마나 부러운 존재인 것인가...

비는 계속 내리지만 비를 비하는 것이나 비를 맞는 것 또한 세상살이의 하나는 아니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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