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감을 배운다





- 늙어간다는 것은 -

 

                            - Paul yoon


 

변하였다! 나는

 

세상의 인간으로 태어나

태양 빛 맞으며 산화(酸化)되어

지루한 장맛비 적시며 동화(同化)되어

차가운 눈발 맞으며 극화(劇化)되어

 

하 루가 가고

한 달이 가고

한 해가 가고

 

스스로 나이를 잊어

그저 세상살이 하루살이

살다보니

 

변하였다! 나는

 

동경(銅鏡)의 녹슨 연(緣)을 바라보며

한 줄 늘어나는 주름 보며

 

그렇게

늙어간다는 것을 배운다.

 

- 2015年 5月 25日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하루 하루 쌓인 것은 그저 나이가 되어 버렸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으로 경험으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이지만, 문득 생각해보니 태어나서 쉴틈 없이 늙어가기 위해 노력을 해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유아는 어린이가 되고, 어린이는 청년이 되고, 청년은 어른이 되고, 어른은 노인이 된다.

지금 숨을 쉬며 한번의 호흡으로 삶을 갈구하고 있는 시간에도 나이의 시계는 잘도 돌아만 간다.


하루가 가고, 한달이 가고, 한해가 간다. 

봄이 오고, 여름이 오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온다.

새싹은 피어나고, 장마는 찾아오고, 낙엽이 지고, 눈이 내린다.


늘 똑같은 반복이 지속되는 지겨운 순환의 연속에서 머리에는 새치가 나오고, 눈가에는 주름이 생겨간다.

아쉽지만 나 또한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늙어가고 있는 것이다.


변한 것은 외모만은 아니다.

호기심 많고, 상상이 많았던 정신의 세계는 보다 단순해지고 평범해 졌다.

아직 다 알지도 못하는 세상을 다 아는 것 처럼 행동하기까지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마치 세상을 떠나도 아쉬울 것은 없다는 듯 스스로 가식적인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영, 혼, 육.

모든 것이 변하였다.


하지만 늙어간다는 것이 무슨 죄이랴.

늙는 것도 내게 주어진 선물인 것을...


오늘도 늙어간다는 것을 배우고 있다. 

세상은 지겹게 어제와 같은 오늘을 주지만, 주변에 새롭게 일어나는 미래란 공부거리를 주고 있다.


현재와 과거를 나누는 계단


▲ 서울 한남동 골목길


황금빛 조명으로 수놓은 아름다운 진열장의 심플하고 모던한 명품 상점 사잇길로 위태로워 보이는 가파른 회색빛 계단이 지난다.

그리고 그 뒤로 낡은 건물에 오래된 간판을 달은 슈퍼도 아닌 작은 수퍼 하나가 보인다.

대한민국의 경제 사회 문화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변하여 세계 속의 선구자로서 발을 딛기 시작하려 하는 미래적인 화려함과 빠른 변화 속에 아직은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과거적인 부분들이 반영되어 비추는 듯한 풍경이다.

아마도 사람들은 계단을 내리며 과거를 추억하고, 계단을 오르며 미래의 환상에 빠져 버릴 것이다.

하루에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환율과 증권의 치수처럼,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하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감성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

과연 나에 마음의 지금은 이 계단의 아래 즈음 인지... 위 즈음 인지... 알 수 없지만, 사진의 시선이 위치하는 곳에서 잠시 내려가 머물고 싶은 추억을 그려본다.


回忆

 

해가 떠서 그냥 존재하지


 서대문형무소 옆 밴치

 

삶은 주어진 것.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존재한다는 것...

단지 그것이다. 이유는 없다.

 

힘들다.

누구도 힘들다.

누구도 아파한다.

 

존재한다는 것...

왜 그런건지, 이유는 없다.

 

텅빈 벤치에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려 본들...

그늘은 태양이 존재함으로 주어진 것.

 

빛을 막고 막아도 사이로 비치는 빛은...

해가 뜨는 한 존재한다.

 

그냥 해가 뜨니... 있는 것이다.

没有 理由

 Just living

 

 

것의 소중함


▲ 작은 마을의 작은 공원에 물들었던 단풍

 

단풍을 보면 언제나 생각나는 친구가 한 명 있다. 그 친구는 만주족으로 중국의 길림성 길림시에서 태어났다. 길림시는 길림성에 있는 도시 중에 장춘시와 함께 큰 도시로 대표되고 있는 곳이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며 과거에 고대 국가로서 부여, 고구려, 옥저, 동예 등이 등장하며 배웠을 나라 중에 부여가 위치하고 있던 곳이다. 그리고 외국의 강 이름 중에서 자주 듣던 송화강이 바로 서울에 한강이 흐르듯, 길림의 중심을 흐르고 있는 곳이다. 아련히 떠오르는 옛 부여를 기억하며 그 위치가 상당히 북쪽에 있고, 추운 곳이라는 것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추운 곳에서 살아가던 친구가 한국의 가을을 보며, 너무 아름다워 가을이란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는 곳은 가을이 너무 짧고, 추운 장소이기에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짧다고 한다. 한국의 가을에는 붉고 노랗게 물들은 나뭇잎들이 마치 거대한 그림처럼 보여, 가을의 하루 하루는 언제나 그림 속을 걷고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고, 길가에 떨어진 진한 색의 잎은 언제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기에 충분했다고 한다. 일상 속에서 어딘가를 갈 때에도 일부러 단풍이 들은 길로 다녀 멀리 걸어가곤 했다. 그 친구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언제나 찾아오는 가을을 너무 무심하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아무 이유 없이 시간이 되면 찾아오게 마련이라고 생각한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계절의 상징인 꽃, 비, 단풍, 눈.

 

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 지구상에서 많은 수이기는 하겠지만, 몇의 사람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는 것을 느껴본다. 이런 사계절을 모두 볼 수 있는 북반구의 일부 나라 중에 한 나라에 존재하고 있다는 자체로서 이미 삶은 가치 있는 시간이 되어 버린다.

 


흔한 꽃이 주변에 보이나요? 자주 비가 내리나요? 널려있는 단풍을 바라보나요? 귀찮은 눈을 밟아보나요?

 

잠시 잊었던 소중한 존재의 가치에 감동을 느껴보세요.

 

또 다른 하루의 시선이 피어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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