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향기를 마시며

 


 

- 香 氣 -

 


                         - Paul Yoon

 
같은 곳을 바라보는 산봉우리

자신을 찾아보려 새로운 정신 찾아

시냇물 흘려 떠나 보낸다.

 
흙의 힘을 받아 한없이

떨어지고, 쏫아지고, 넘쳐흐르고,

애꿎은 구름 송이 원망한다.

 
낙원찾아 마땅히 돌아올

꿈의 여행자 기다리지만

움직이지 못하고 받아들일 뿐인 것을

 
바다라는 큰 생명 찾아 떠난

목적의 방랑자 멀리화 향기 머금은

찻잔 속에 숨어버릴 것을

 
시내는 아직 흐르지 않았다.

시내는 단지 떨어질 뿐이다.

시내는 그저 담겨질 뿐이다.

 
인간의 냉정한 육체 속에

고귀한 영혼을 팔아버린다.

흐를 곳은 단 한곳 뿐

무덤이란 이름의 안식처

 
2010年, 초겨울에 觀音茶 한 잔 마시다가....

 

 

 

약간은 쌀쌀해진 초겨울 밤, 차가워진 발 끝을 녹이고 싶어 차를 준비했다.

발이 시려웠는데 발과 멀리 떨어진 입으로 들어가는 차를 찾으니 같은 몸이지만 참 먼곳의 매체를 찾아 나섰다는 생각이 든다.

 

철관음 이파리를 자사호에 넣고 뜨꺼운 물을 부었다.

맑은 물에서 차가 우러나고, 작은 공간은 차 향기로 충만해진다.

가득하던 차 향기는 찻잔에 담긴 찻물을 차가운 나의 몸에 넣으며 사라졌다.

차갑던 몸에 약간의 온기가 흐른다.

 

단순히 차를 마셨다.

그런데 기분 좋게 차를 마시고 나니, 문득 작은 찻잔에 담긴 차가 크게 느껴진다.

 

산 속의 작은 샘에서 맑은 물이 나와 계곡을 타고 낮고 낮은 바다를 향하여 흐르며 많이 더렵혀 졌다.

소수의 물이 바다에 모여 순화되다가 증발해 하늘에 모였지만, 중력의 제약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다시 대지를 지려밟는다.

비의 희생을 거름으로 자라난 녹음은 생명을 발하지만, 계절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피고 지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돌고 돌다 갖혀진 물과 초록의 생명이 인공을 더하여 새로운 창조물로 남아 내 앞에 놓인다.

오랜 여행을 마친 자연의 존재를 단순히 한 입에 털어 넣어 버렸다.

전혀 자연적이지 못한 나란 존재의 무덤 속으로 인도하였다.


육이 멈추고 영혼이 없는 분진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때까지...

지긋 지긋한 자연의 순환에서 잠시 쉬는 시간이 되길 바라며... 

묘비명 같은 시 한 구절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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