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리게 보여도 절망하지 말라


성공회의 예수상


"내가 계획한 일들은 바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비전이 실현되는 시간은 천천히, 꾸준히, 확실하게 다가온다. 

 느리게 보여도 절망하지 말라.

 이 모든 것이 확실하게 이루어 질 것이다.

 인내하라!

 단 하루도 지체되지 않을 것이다!"

 (합 2:3,LB)


태어나고, 아이답게 즐기고, 학교에 들어가고, 졸업을 하고, 직장을 가지고, 

결혼을 하고, 자식을 가지고, 성장할 곳이 없는 순간, 우리는 죽는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테두리에 갇혀 살아가고 있을까.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테두리 속에 또다른 자신만의 인생을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있을까.

모두 같은 틀에 갇혀 살아간다. 하지만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깨닫는 순간이 있다. 

자기 자신에게 주어진 길과 그것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희망을 꿈꾸는 그 열정의 순간에 사람은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열정이 타고 타다 점점 희망의 땔감이 모자라질 때에, 다시 일상의 테두리로 돌아간다.

그후 테두리를 쉽게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마치 어두운 밤, 길을 모르는 산 속에서 마을을 찾기위해 방황하지만, 

계속 같은 곳을 맴돌며 벗어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은 과연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아니, 그것은 아마 벗어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닐까?

아직 우리에게 시간은 있다. 

아직 자신도 모르는 땔감은 남아 있다. 아직 우리는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람은 지구의 작은 산이 아니라 태양일 것이다. 

언젠가는 사라지겠지만, 그 끝을 알 수 없는 뜨거운 존재일 것이다.

인내하자!

계획한 일들이 비록 일어나지 않을 지라도.

자신의 삶을 천천히, 꾸준히, 확실히 만들어간다면, 느림과 정체는 문제되지 않으리라.

오늘 당신이 걷고 있는 길은 비록 어제 걸었던 길이지만, 

어제와는 다른 미래를 향해 가고 있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말자.







새벽에 생각하다 - 천양희




피그미 카멜레온은 죽을 때까지

평생 색깔을 바꾸려고

1제곱미터 안을 맴돌고

사하라 사막개미는 죽을 때까지 

평생 먹이를 찾으려고

집에서 2백 미터 안을 맴돈다


나는 죽을 때까지

평생 시를 찾으려고

몇 세제곱미터 안을 맴돌아야 하나


- 맴돌다


시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광대함은 고작 세제곱미터 안의 작은 울음이었으니, 

생각와 이상의 끝은 넓으며 좁은 상상 속의 종이 안의 물음이었구나.



나는 나 자신이 만든 감옥의 창을 통해 

별을 찾을 수 있었다


- 단 두 줄



구속을 푸는 자유의 열쇠는 나의 호주머니 안에 고이 간직 되지만, 아직 나는 열쇠를 어느 호주머니에 두었는지 알지 못하네.





땅에 낡은 잎 뿌리며

익숙한 슬픔과 낯선 희망을 쓸어버리는

바람처럼 살았다

그것으로 잘 살았다, 말할 뻔했다


- 바람의 이름으로



천상병 시인은 편안히 하늘로 돌아갔지만, 천양희 시인은 돌아갈뻔하였구나.

땅에 떨어지는 생 잃은 이파리는 바람에 날려 또 어딘가로 날아가 하나의 분진이 될 것이다.



거미한테 가장 어려운 것은

거미줄을 뽑지 않는 것처럼

우리한테 가장 어려운 것은

무소유로 살다 가는 것이다


- 무소유



자신이 현재 가장 떠올리는 것이 구속이고 이를 버리는 것이 해탈이라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을 것을 먼저 버려야 할 것이다. 사랑을 떠올리면 사랑을 버리고, 즐거움을 떠올리면 즐거움을 버려야 한다. 나를 구속하는 물건에 마음을 버려 무소유가 된다지만, 어차피 삶을 떠날 때에 의미 없이 버려질 것들 잠시 함께 친구로 남는 것은 무엇이 다를까...





웃음과 울음이 같은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音色이 달라졌다


- 생각이 달라졌다



나의 마음은 色이 없어 슬프다.

바람이 불면 바람의 色

비가 내리면 비의 色

정처 없이 떠도는 시간의 방랑 속에 

눈을 감고 상상 하는 色의 여행은

어느 개성에 걸려 물이 들까


하아~ 나는 오늘도 나를 찾아 고민한다 



왜 그럴까

평생 바라본 하늘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왜 그럴까

구별 없는 하늘에 물었습니다

구별되지 않는 것은 쓴맛의 깊이를 모른다는 것이지

빗방울 하나가 내 이마에

대답처럼 떨어졌습니다


- 잘 구별되지 않는 일들



오늘은 하늘에서 눈이 내렸다.

하늘 하늘 내리는 눈을 보니 마음의 따뜻함이 포근해 진다.

하지만 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눈을 대하는 자세도 눈을 맞이하는 마음도 전과 같이 순수하진 않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황홀함이 줄며 난 하늘의 물음에 답을 하지 않았다.

내가 변한 것인가, 세월이 변한 것인가

알 수 없지만 조금은 더 여린 마음이 되고 싶다.



무엇을 해도 하는 것이 후회밖에 없어

나는 아직도 아픈 신발을 신고

어디로 가고 있나

그래도 하늘은 아무것도 슬프지 않고

바람은 아무것도 안타깝지 않으니

내가 어떻게

춤추는 자와 춤을 구별하겠는가


- 후회는 한여름 낮의 꿈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하지만 언제나 벗어날 수 없는 후회의 고리에 맴돈다.

이제는 일탈할 때도 되었는데, 이제는 마음을 다잡을 때도 되었는데, 무엇이 두려워 스스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을까




언제부터였나

시간의 넝쿨이 나의 담을 넘고 있다

누군가가 되지 못해 누구나가 되어

인생을 풍문 듣듯 산다는 건 슬픈 일이지

돌아보니 허물이 허울만큼 클 때도 있었다

놓았거나 놓친 만큼 큰 공백이 있을까


- 놓았거나 놓쳤거나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보니, 꽤나 살았는데, 남아 있는 시간이 생각보다 길게 느껴진다.

죽음은 두렵지만, 하루 하루 죽음으로 향해 간다.

하지만 지겹게 반복되는 삶에 일탈은 어쩜 無로 돌아가는 것은 아닐까?

하루의 삶이 유예되며 왜 내게 긴 숙제의 시간이 주어졌는지 답을 적고 싶다.



모든 것은 다 지나간다고 말들하고요

나는 가끔 뒤돌아보았어요

그늘을 생각하면

나는 미리미리 서늘해져선

한나절이라도 내가 먼저

봄이 되고 싶었어요


- 그늘과 함께 한나절 



봄은 떠나가고 다가온다. 

민들레 활주로 날아 올라, 태양의 바람타고 잎을 떨궈, 눈 썰매 타고 대지에 내리면

또 한번의 봄은 다가온다.



산은 저렇게 말이 없고

산속에 누운 너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

마치 한가지로

너는 몇 년째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것은 너의 영원한 레퍼토리

그러나 그렇지만

바람 불고 비는 또 내려

얼어붙은 내가 새롭게 놀라지만

오늘은 전화할 데가 없어

하루가 너무 길다

그 많던 오늘은

어디로 다 가버린 것일까


산다는 게 이렇게

미안할 때가 있다니


- 마찬가지



산다는 게 미안하면 미안하면 미안하면, 다시 바람을 타고 비를 내려 흘러 버리자




지상에는 나라는 아픈 신발이

아직도 걸어가고 있으면 좋겠다

오래된 실패의 힘으로

그 힘으로


- 실패의 힘



하루에도 몇번씩 실패와 성공을 번갈아 경험하는 현대인에게

당신과 같은 동지가 하나 있다고 함께 힘들어하고 함께 이겨내자 말해주고 싶다.



세상이 시끄러우면 어머니는

지는 꽃의 마음으로

어린것들의 앞날을 염려하셨다


- 오후가 길었다



나와 당신의 生에 축복을 기원하며...


▲ 비상하는 그림자



- 세상 두려움 -

                      

                    - Paul Yoon 



세상에 아름다운 곳이 있다면

그 세상에 사는 존재는

쇼펜하우어를 

비웃는 자들의 공간 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마냥 무서운 곳이라면

그 세상에 사는 존재는

부처를 

존경하는 자들의 공간 일지도 모릅니다.


두 세상에 발을 들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치 귀찮은 파리를 죽여야 할지 말지를

결정해야하는 파계승의 그 것과

같은 것입니다.


단지 하나의 단편의 끝에서 

허우적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 끝의 절벽에서 뛰어 내리세요.

그리고 다른 세상을 보았을 때


무서움의 세계 또한 

아름다운 세계 또한

어찌할 수 없는 무진리의 괴변이 

숨쉬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 갈등 사이에 당신을 느끼세요

가치있는 혼동의 삶을..



생각이 많고 고민이 많던 시간이 있었다.

무엇이 진리인지 무엇이 답인지 모르며 답이 없는 물음에 대한 생각이 온통 목 위에 달린 소우주 속에 위성처럼 맴돌았다.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좁은 지구에서 살아가며 자신의 의미를 담아 마치 위대한 인물인 양, 철학책을 내놓고 또 어떤 이는 성자가 되어 타인과 다른 가치를 보여준다 말한다.

하지만 무엇이 가치이고 무엇이 진정한 답인가, 결국 아무 것도 없다. 

누군가의 진리는 다른 누군가에는 거짓이었고, 누군가의 이율배반은 또 다른 누군가의 정립이었다.

아등바등 도토리 키재기의 순간에 서로의 의미만을 진정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다양한 혼동 속에 가치가 있을까? 아니, 생각치 말자. 

단지 주어진 하루라는 시간 속에 생이 하루 유예된 것을 감사하며 살아가자.


混沌






▲ 길냥이, 순이



- 차가운 나날의 이방인 -


                             - Paul Yoon


외딴 돌계단의 주인 고양이 모르게 

하늘의 물 먹고 자란 흰 꽃송이

밤새 세상을 위로하는 꽃밭이 되었다.

 

해는 뜨고 외딴 돌계단의 이방인은

자연을 방황하던 길 고양이 쫓아버린 것은

위대한 영장류 직립보행인.

 

길 잃은 보행인 생각 없이 감히 한 발 들어

온돌방 뜨거워진 체온으로

하늘의 창조물을 부수는 악역에 만족한다.


순백한 꽃밭 거닐어 때 타기 쉬운 흰 수제 카펫을 만든다.

인공의 신(神)을 신고 자연의 창조물인 카펫을 밟는다.

작은 고양이 발자국이 그려질 공간은 없었던, 순결의 카펫.

 

옛 주인에게

신(神)의 꽃밭은 가혹한 시련.

이방인의 친절은 이기적인 공생.


- 2014年 겨울에


자고 일어나니 세상이 온통 하얗다. 정원의 앙상한 나뭇가지에는 습도가 높은 눈이 차곡히 쌓여, 가지보다 5배나 두꺼운 눈이 주객이 전도되어 마치 자신이 원래 나무이었던 것 처럼 자리 잡고 있다. 화려한 결정의 차가운 눈 꽃이 세상을 덮었다.

오늘 따라 유독 차가운 돌계단에 쌓인 눈 때문인지 매일 아침 밥을 먹으러 찾아오는 길냥이 순이는 보이지 않는다. 

날이 추운 겨울은 음식물 쓰레기까지 얼어 길고양이에게느 혹독한 계절이다. 

그런데 추위가 순이를 막은 것이 아니었나보다. 흰 눈으로 된 땅에 어지럽게 생긴 고양이 발자국을 보니, 내가 문을 열어 놀란 순이가 도망을 갔나보다. 눈은 계속 내리고 고양이의 발자국은 점점 사라진다. 마치 내 주변으로 오지 않았던 것 처럼 금새 평평한 흰 바닥으로 변해버렸다.

추운 날씨에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보일러가 돌아가는 따뜻한 바닥에 포근한 이불을 덮는다. 

아직 밖은 춥고, 하늘에서 눈이 내린다. 나에게는 따뜻했지만 누군가에게는 차가운 날이다.



 

해가 떠서 그냥 존재하지


 서대문형무소 옆 밴치

 

삶은 주어진 것.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누구의 탓도 아니다.

 

존재한다는 것...

단지 그것이다. 이유는 없다.

 

힘들다.

누구도 힘들다.

누구도 아파한다.

 

존재한다는 것...

왜 그런건지, 이유는 없다.

 

텅빈 벤치에 나뭇잎으로 햇빛을 가려 본들...

그늘은 태양이 존재함으로 주어진 것.

 

빛을 막고 막아도 사이로 비치는 빛은...

해가 뜨는 한 존재한다.

 

그냥 해가 뜨니... 있는 것이다.

没有 理由

 Just l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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