를 기다리는 시간




구름이 많아지고, 세상이 어두워지며,

잡고 있을 빨래는 떠나갔다.

 

다른 빨래집게도 다 떠나갔는데

혼자 남아 비를 기리고 있는 것은

너 또한 나처럼 혼자 비를 맞고 싶어서 인거니,

 

잠깐만이야,

잠시 비와 함께 흠뻑 젖어

아픔, 슬픔, 외로움, 절망 모두 씻고,

 

또 당연하다는 듯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상으로 돌아오자.




사슴 눈망울



사슴아, 너의 깊은 눈망울 속에는 가식이란 찾아볼 수가 없구나

단지 먹고, 뛰고, 자고 어느 본능에 맡겨 지금의 순간ㅇ르 보내고 있구나

사람들은 아주 작은 것에도 많은 생각을 한단다.


사슴이라는 객체에 대해서도

너에 대한 보존을, 너에 대한 가치를, 너에 대한 이익을, 너의 존재 자체를,

사람들은 그렇게 수없이 많은 생각을 가지며 살아간단다.


물론 잠시 그러지 않을 때도 있어

바로 이 순간

너의 깊은 눈을 바로보고 있는 지금은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단다.




, 사람


▲ 중국 길림성 길림시 북산공원에서


지금도 쓰는 표현 중에 하나이겠지만,

나라의 발전이 빠르게 진행되는 동안에 아파트와 고층 빌딩이 많아지는 모습을 "벌집 같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람의 생활을 벌에 비교하여 안쓰러워하는 심정은 이해가 가기에 충분했다.

그런데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그런 생각 자체를 잊고 살아가는 것 같다.

지금 벌집 안에서 사진에 있는 벌집을 보며 상기하는 표현일 뿐이다.

콘크리트에 구멍 뽕뽕 뚫어는 있지만, 그 속은 따뜻하고, 경치도 좋다.

층간 다툼도 있고, 관리단의 불화도 있어 싫다.

꿀도 있고, 침도 있는 것이구나.

그런데 벌들아!

이제는 지구를 점령한 것이 인간이니, 벌집이란 말은 인간에게 주어야 하지 않겠니?

거꾸로 벌집을 "사람 아파트 같다." 라고 표현할게.



단지 잠 못드는 밤,


▲ 동인천 홍예문


텅 빈 방에 누워 잠이 오지 않아 어두운 공기를 느끼며 멀뚱멀뚱

보이지 않는 천장만을 바라본다.

 

잠이 오지 않아...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

왜 이렇게 잠 못 드는 것인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거리며 오라는 잠은 오지 않고,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생각들로 머리 속은 잠식되어 간다.

 

그러다 문듯 이것이 왜 잘못된 상황이라 여기는지 의문이 들었다.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부자연스러운 것은 나 하나뿐...

 

잠이 든 사람은 잠이든 채로,

새벽 공기를 마시는 사람은 차가움을 아는채로,

잠들지 못한 사람들은 나와 같은 동지로,

그렇게 사는 것인데

 

무엇이 잘못이라고 걱정하며

단지 잠 못 드는 자신을 탓하고 있던 것인지...

 

왜 걱정하는 것인지...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

 

그냥 자연스럽게 가는대로 가면 될 것을...

 

이불을 들춰 몸을 일으켜 불을 켜고

되레 커피를 한 잔 마신다.

 

그걸로 됐다.

나의 새벽은...


失眠症

수없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 군포시 지금은 사라진 공장 주변에서


해는 제자리에서 여지없이 뜨고 지어, 세상에 한해라는 기준을 만들어 사람들을 인도한다.

사람들은 사람들이 만든 시간의 연속 속에서 눈을 뜨고 눈을 감아 세상을 여행한다.

숨 한번 내쉬고, 길을 나선다.

 

인공에 의한 길과 자연스레 만들어진 길의 연속에서 소중한 가치의 존재 하나 지나간다.

스쳐 지나가는 서로의 상대성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단지 한번의 걸음으로도 의미 없는 거대한 만남의 순간이 사라져 간다.

 

인생은 누구에게 주어진 것인지, 한 사람의 영혼이 되어 주변을 바라본다.

누군가가 곁을 지나친다. 모르는 사람이다. 누군가가 멀어진다. 모르는 사람이다.

 

그리고 다시 멈추어진 길 위에서 지나치는 한 사람을 바라본다.

그는 소중하다. 비록 그저 스쳐지나가 알 수 없는 존재이지만 잠시의 순간을 일깨워 주는 소중한 존재이다.

길을 걷는다. 해가 뜨고 해가 져도 어딘가로 떠난다.

모두가 대지 속으로 돌아갈 때에 다시 만나 스쳐지나 갔던 과거를 이야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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